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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4-2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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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조회 : 9,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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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은 사랑과 은혜
부경고 제 60회 김승리
(연세대 간호학과 진학)
그 때는 겨울이 채 물러가지도 않았고, 입학식도 한참이나 남아 있으며 차가운 바람이 머릿속을 파고드는, 봄이 오려면 한참이나 남은 늦겨울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그 날 아침에 나는 낯선 학교 분위기와 처음 보는 다른 학교 졸업생들을 먼발치로 바라보며, 두려움과 설레는 마음을 안고 부경고등학교에 등교했는데, 그 날은 우리 학교 합격자들의 예비 소집일 날이었습니다.
호젓하게 눈 덮인 교정의 화단길을 밟으며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꿈과 희망, 두려움으로 가슴 졸이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을 맞은 내 마음은 갖가지 추억과 애틋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제 3년 전의 그 막막함이나 두려움은 사라졌으며, 대신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에 이렇게 가슴이 저리는 것은, 아마 제가 이 학교에서 너무 많은 추억과 사랑을 쌓았으며, 그리고 더 큰 은혜를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은혜’라는 이 말은, 내 가슴 저 깊은 속에서 다시금 퍼져 오르는 따스함을 확인시켜 주는 듯합니다.
본래 넉넉지 않은 살림인 저희 가정은, 4년 전 그 때 부모님의 잘못된 결정으로 그 어렵던 살림마저 두 토막으로 갈라졌으며, 공부는 고사하고 앞으로 살아갈 길조차 막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은 꿈에나 생각하고 있던 나는, 때마침 부경고등학교에서 성적 우수자에 대해 장학금과 기숙사를 지원해 주는 혜택이 있다는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우리 학교로 진학하여 아름다운 꿈을 담는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저의 우리 학교 입학 성적은 전체 석차 12등이었습니다.)
전체 1등급 장학생 11명이 있고, 바로 그 다음의 -김정태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 안타까운 12등이라는 성적 앞에서 나는 마음을 가다듬을 수 조차 없었으며, 어려운 집안 형편과 내 앞에 놓인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인한 불안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한 번도 상위권에서 밀려나 본 적이 없었는데 허무하게 무너진 내 입학 성적과, 말로만 듣던 고등학교 학습의 냉혹한 물밑 경쟁 앞에서, 입학 초기에서부터 나는 너무 큰 충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또 처음으로 집을 떠나 생활하는 낯선 기숙사 생활과, 의욕을 품고 시작한 도서부 활동, 갈수록 누적되면서 쌓이는 고등학교 학습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부담, 스트레스 등으로 입학 초기부터 나는 매우 고생을 했습니다. 1학년 중간 무렵에는 계열 선택 문제로 인해 아버지와 여러 번 다투기도 했고, 전혀 우연하게도 남자 친구와 사귀는 문제로 인해 마음이 들떠 나 자신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힘든 순간마다 옆에서 나를 지켜 주며 함께 웃음을 나눈 친구들이 있었고,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고 깊은 마음으로 격려해 주는 선생님이 계셨기에,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학습에 집중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2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을 함께 어울리고 학습하면서, 온 마음 속의 이야기를 다 나누고 같이 울고 웃으며 어울려 지냈기에, 가족이나 마찬가지로 제 인생에 의지가 되고 빛이 되어 준 자연반 여학생 친구들. 그리고 항상 이끌어 주시고 따스함으로 다둑거려 주신 담임선생님은 제 일생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는, 우리 부경고등학교의 마음 깊은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꽃과 같은 아름다운 만남이 있고, 해로움만 남는 만남이 있다면, 우리 부경고등학교 2007학년도 3학년 5반 친구들, 또 우리 선생님과의 만남은 아름다운 꽃과 같이 짙은 여운이 남는 만남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공부에 깊이 파고들기가 너무 어렵던 그 무덥던 여름날,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며 도움을 준 친구들과, 힘든 순간순간마다 옆에서 상담해주고 조언해 주신 선생님이 안 계셨더라면, 지금의 저는 아마 너무 초라해 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모든 것이 내게 베풀어진 은혜가 아니고서 무엇이라 할지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또 부경고등학교에서 받은 더욱 큰 은혜는 다름 아닌 동창회의 지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듯 그 때 너무 어렵던 우리 집 형편,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너무 막막하던 내 학습 생활에서, 동창회 선배님들의 장학금 지원은 너무 크고 절실하게 다가 온 구원의 손길이었습니다.
특히 2학년 때 여름에, 동생은 큰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도 실직하여 하루하루가 너무 어렵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도 기숙사를 나와 집에서 일을 도울 수밖에 없었던 그 때, 동창회의 장학금 지원은 그렇게 어려운 시기에 얼마나 요긴하게 쓰였는지 모릅니다.
그 동창회의 지원 덕택으로 저는 학비를 걱정하지 않고 학습에 몰두할 수 있었으며, 기숙사를 나와 집에서 가시를 도우면서도 문제집을 사서 공부하고, 학원에 등록하여 부족한 과목을 보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다시 직장에 나가시고 다행히 집안이 안정된 3학년 때도, 나는 동창회의 많은 지원을 받아 참고서와 문제집을 구입하고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지원에 힘입어 나는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으며, 오직 학습에 집중할 수 있었기에 오늘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 느낀 것은 중학교 때는 학교의 교과서 정도 수준에서 공부하면서, 주위 사람들이 공부하는 것에 맞추어 적당히 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내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등학교의 학습은 그와는 전혀 수준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매점에 한 번 가는 시간조차 계산을 하고, 한 시간 동안에 내가 수학 몇 문제를 풀고, 문법과 숙어 몇 개를 외우며, 그 실력이 몇 주일 동안 유지해 주는가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수동적으로 따라만 가면 되는 학습에서 완전한 능동적 학습으로, 내가 조직하고 이끌며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학습으로 바꾸지 않으면 절대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내 혼자 일등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어디까지 가 있는지, 과탐이나 논술을 다른 학교나 강남의 학원에서는 무슨 교재로 어떻게 공부하는가를 어느 정도 생각하며 따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하는 공부는, 내 자신이 느끼기에도 내가 너무 완전히, 너무 확실하게 바뀌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그 사실을 자신과 가족, 온 주위 사림들이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공부의 차원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2시 전에 잠자리에 드는 일은 3년 내내 절대 없었으며, 토요일 저녁 이후에 약간의 개인 시간을 가지는 외에는 오로지 학습만이 나의 모든 것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만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입학 첫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은 전국 등급과 석차를 알려 주기에, 자신감이나 자기 위치에 대한 확신을 얻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3학년 9월의 마지막 평가원 모의고사도 자기 학습의 최종 점검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무엇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대학에 입학을 한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 부경고등학교 송원장학회의 지원과 선배님의 사랑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에 나는 어려움을 딛고 공부에 열중할 수 있었으며, 다른 학생들 보다 훨씬 더 여유를 가지고 장학금 지원을 받으며 서울권 대학으로 진학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교과서와 문제집에 파묻힌 채 오직 학습에만 매달려 숨가쁘게 지내 온 3년, 그 동안에는 미처 느끼며 감사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던 나의 어려운 고등학교 생활에서, 동창회의 지원은 언제나 내게 베풀어진 큰 고마움의 손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지원에 담긴 무한한 사회 봉사와 희생의 숭고한 정신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내 자신이 부끄럽고 부족하다 해도, 늦게라도 그 속에 담긴 사랑의 정신을 늘 생각하며, 선배님들의 그 뜻을 오래 이어 갈 것입니다. 먼 미래에는 나도 사랑하는 나의 모교, 부경고등학교와 나의 후배들에게 깊은 마음을 다하여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생활할 것입니다.
저는 이제 내 마음의 보금자리였던 부경고등학교를 벗어나 보다 더 넓은 나의 세계로 날아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비상이 단연 저 혼자만의 비상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큰 명문으로 부상할 부경고등학교와,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갈 후배들을 위한 비상이 되리라는 것을 저는 마음으로 믿고 있는 것입니다.
나의 아름다운 세월이었던 지난 3년 동안, 내게 너무 많은 것들을 안겨 준 부경고등학교에 내 마음을 다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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