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회장 취임 7년간 활동
- 가맹단체 8개서 46개로 늘어
- '배낭 두 개 운동' 등 자연보호
- 무료진료 등 사회봉사도 왕성
산부인과 의학계의 권위자 홍순박(1932~) 박사. 인술 반세기를 열어오면서 직장새마을운동 부산시협의회 회장, 한국유네스코 부산시협회 회장, 국제로터리 3660지구 총재, 민주평통 동구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사회 발전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 봉사한 공로로 2008년 '자랑스러운 부산시민상' 대상을 받은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오늘날 부산 산악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대한산악연맹 부산연맹 3대 회장으로 연맹 발전의 초석을 다진 산악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홍 회장은 초창기 7년간 연맹을 이끌며 부산연맹이 부산의 산악 행정 중심체로 자리 잡고, 부산 산악인들의 활동영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대한산악연맹 부산연맹은 부산에 새로운 산악문화 창달을 위해 1969년 창립했다. 당시 창립준비위원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창립총회 날짜를 잡았지만, 회장을 맡아 재정이 빈약한 연맹을 이끌어나갈 산악인이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회장 자리를 비워놓고 집행부를 구성하는 불안한 출발을 했다. 이듬해 뫼놀등반클럽의 김영배 고문이 초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그러나 산악운동의 정의나 산악단체의 속성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회장직을 맡은 김 회장은 연맹 운영과 관련, 집행부와의 마찰로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하켄산악회의 최정식 2대 회장 역시 임원들과의 불화로 얼마 가지 못했다.
연맹 운영은 홍 회장이 맡고부터 비로소 정상화됐다. 1972년 3대 회장에 취임한 홍 회장은 먼저 부산학생산악연맹에서 더부살이하던 연맹회관을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으로 옮겼다. 이어 가맹단체 간의 친목 도모를 통한 조직 강화와 활성화를 위해 친선체육대회, 친목등산, 산악인의 밤 등을 개최했다. 또 연맹 구성원의 질적 향상과 후진 양성을 위해 동·하계 합동등반, 하계 산간학교, 암벽등반 강습회를 열었고, 연맹회보 '악보'를 창간하는 등 현안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몇 년 만에 연맹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한편으로 1973년 연맹 명칭을 부산·경남연맹으로 바꿔 경남 산악단체에 문호를 개방하고, 대한적십자사 부산·경남지사와 산악구조대를 편성하는 등 활동영역을 경남지역으로 확대해 나갔다. 또 '77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대원을 파견해 패기에 찬 젊은 산악인들의 염원이었던 해외원정의 길을 터줬다. 창립 당시 8개에 불과했던 가맹단체가 회장 재임 당시 46개로 늘어날 만큼 초기 부산연맹 성장과 발전에 많은 이바지를 했다.
홍 회장의 산과의 인연은 등산이 대중화하기 시작한 1960년대 중반 구봉산악회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부산연맹 회장을 맡고부터 산악운동에 뛰어든 그는 "당시 산에 올라가 보니 등산로가 온통 휴지와 빈 병으로 덮여있어 이러다간 얼마 못 가서 산이 황폐해지겠다 싶어 '산을 내 몸같이 아끼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산악정화에 온 힘을 기울였다"고 회고했다.
그래서인지 부산연맹 회장 때 추진한 여러 사업 중 산악정화운동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 1970년대 초 등산 활동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등산의 권장보다는 건전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정화해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요구였다. 정부는 등산객들로 인한 산불 위험과 산의 황폐화를 막고자 1973년 두 가지 조치를 발표했다. 산악인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버너 휴대 등산 금지'와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의 하나인 '입산통제'였다.
이에 홍 회장은 가맹단체 회원들이 산림보호에 앞장서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입산금지 조치 완화 방안을 당국에 건의하는 한편, 연맹 조직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산악운동 방향을 설정했다. 가맹단체는 물론 범 산악인을 대상으로 자연보호와 산불예방, 질서확립 등 다양한 지도·계몽사업을 벌였다. 특히 산을 더욱 아끼고 알차게 가꾸기 위해 가맹단체가 부산·경남의 산과 자매결연토록 했고, 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오는 '배낭 두 개 갖기 운동' 등을 펼쳐 소위 '산악새마을운동'을 정착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지리산 화전민학교와 밀양 고사리학교 등과 결연해 벽지 어린이에게 도시인의 훈훈한 인심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1981년 '새마을훈장 노력장'을, 이듬해 '금정대상'을 받았다.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홍 회장은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일본에서 살았는데, 9살 되던 해 모친이 동생을 낳다 세상을 떠났다. 그때 일본인 의사의 "신성한 일본인의 피를 왜 조선인에게 수혈해야 하느냐"는 말을 듣고 '꼭 의사가 돼 한국 여성들이 어머니처럼 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약자를 위해 평생 봉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박애정신을 좌우명으로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자는 생활신조로 일관해온 홍 회장의 사회활동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64년 초량에 병원을 열면서 시작됐다. 고지대 영세민 무료진료를 시작으로 청소년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봉사와 나눔 활동으로 지역사회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왕년에 등산을 많이 다닌 덕분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홍 회장은 팔순을 넘긴 나이지만 의료인으로, 사회운동가로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부산산악연맹 회장
국제신문
2014-07-06 19:28:13
/ 본지 25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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